사랑 이야기는 흔히 뜨거운 시작으로 기억됩니다.하지만 어떤 사랑은 끝나는 순간에 가장 깊은 불꽃을 피웁니다.마이클 커티즈 감독의 카사블랑카 (1942)는 바로 그런 이야기입니다.이 영화의 가장 강렬한 순간은 키스가 아니라 —작별 인사입니다.전쟁의 혼란과 도덕적 회색지대를 배경으로 한 이 이야기는,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더 크고 깊은 신념 때문에 희생되어야 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그것은 감정의 부족이 아니라,신념, 정의, 혹은 옳은 선택의 문제입니다.릭과 일자 – 끊겨버린 사랑릭 블레인은 전형적인 영웅이 아닙니다.냉소적이고, 마음을 닫은 채 살아가며,세상과 거리를 둔 삶을 택했습니다.그러던 어느 날, 일자가 그의 세계에 다시 들어옵니다.그리고 그의 벽은 서서히 무너집니다.파리에서의 과거는 이미 흐릿..
어떤 영화는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그 영화는 하나의 시대를 포착합니다 —그 시대의 아름다움, 맹목, 모순까지도.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1939)는 그런 영화 중 하나입니다.장엄하면서도 내밀한 이 작품은전쟁, 생존, 자존심, 상실을 아우르는 대서사시이자,기억 속에 오래 남는 동시에 결함을 지닌 한 여성을 중심으로 흘러갑니다.이 글은 그 정치적 관점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닙니다.대신 이 영화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 세계의 감정적 진실을 어떻게 보존하고 있는가에 주목합니다.스칼렛 오하라 – 무너지는 세계 앞의 자존심스칼렛은 구석에 웅크려 울지 않습니다.그녀는 계획하고, 다시 일으키며, 버텨냅니다.그녀는 전통적인 의미의 '호감 가는 주인공'은 아닙니다.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 현실적입니다.세..
캐롤 리드 감독의 제3의 사나이 (1949)는 단순한 누아르 영화가 아닙니다.누아르의 정수를 시각적 시로 승화시킨 작품이자,그림자가 인물처럼 움직이고,빛 한 줄기가 관객을 심문하는 듯한 영화입니다.전후의 파괴되고 분열된 비엔나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단순한 미스터리가 아닙니다.도덕적 모호함과 폐허 속의 아름다움,그리고 빛이 드러내는 것보다 숨기는 것이 더 많다는 진실에 대한 묵상입니다.폐허와 대비의 도시제3의 사나이 속 비엔나는 엽서 같은 도시가 아닙니다.부서지고, 지쳐 있고, 비밀로 살아 숨 쉬는 도시입니다.무너진 조각상, 기울어진 자갈길, 아래에서 비추는 조명.이것은 단순한 미장센이 아닙니다 —감정을 짜 넣은 건축물, 정서의 무대입니다.도시는 공모자처럼 존재하며,도덕과 진실이 흐려진 세계의 미로를 형..
가족, 충성심, 명예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 하면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대부 (1972)를 가장 먼저 떠올리기 쉽습니다.하지만 돈 비토 콜레오네가 한 마디를 내뱉기도 전,이미 전 세계의 수많은 영화들이 가족과 명예라는 주제를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탐색하고 있었습니다.이 글은 대부라는 걸작 이전,그 뿌리가 되었던 영화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이 작품들은 말합니다 —가족은 단순한 혈연이 아니라,신성하고 연약하며 때로는 비극적인 약속이라고.1. 동경 이야기 (1953, 오즈 야스지로)가족의 조용한 상처를 이토록 절제된 방식으로 그려낸 영화는 드뭅니다.총도 없고, 범죄도 없습니다 —그저 자식들에게 외면당하는 노부부의 일상이 있을 뿐입니다.동경 이야기는 격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깊이 가슴을 찌릅니다.이 영화는 ..
화려한 영상미와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이전에도한국 영화는 조용히 이 땅의 영혼을 담아내고 있었습니다.그중에서도 김약국의 딸들 (1963)은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가치를 지닌 작품입니다.잊힌 존재들, 침묵당한 목소리들, 견뎌낸 여성들의 삶에영화라는 언어를 부여한 선구적 작품이기 때문입니다.이것은 단지 가족 드라마가 아닙니다.한국 영화 속 여성 서사의 정서적·사회적 뿌리를 이해하기 위한 출발점입니다.침묵과 딸들로 채워진 집겉으로 보면 이 이야기는 전통적인 가정의 풍경에서 출발합니다.하지만 그 집 안에는화합이 아닌 의무와 고통으로 간신히 버티는 균열된 구조가 존재합니다.순응하는 딸, 반항하는 딸, 체념하는 딸…그들 각각은 가부장제, 전통, 침묵 속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다양한 초상입니다.그들의 삶은 과장되지 ..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 (1958)은 단순한 살인 미스터리가 아닙니다.실제로는 '현기증'에 관한 영화조차 아닙니다.이 영화는 기억, 욕망, 환상이라는 심리적 소용돌이 속으로의 추락이며,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종종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에 대한 우리의 이미지라는섬뜩한 진실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6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현기증은 여전히 불편하고 생생하게 느껴집니다.왜냐하면 이 영화가 말하는 집착은 단지 영화적인 것이 아니라,너무도 인간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매들렌이라는 환상스코티 퍼거슨이 매들렌을 처음 보았을 때,그는 단지 그녀의 외모에 끌린 것이 아닙니다.그는 그녀의 신비로움, 침묵,그리고 그녀가 이미 유령 같은 존재라는 인상에 빠져듭니다.그녀는 한 폭의 그림처럼 연출되어 있습니다.우아하고, 멀고,..